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양기영 과장

외래에 한 환자분이 들어와 물어보십니다. “얼마전에 친구가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2달만에 죽었어요. 너무 걱정이 돼서 저도 췌장검사를 받아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말씀드립니다. “걱정이 많이 되시죠? 그런 검사를 췌장암의 선별검사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나 저는 보통 혈액검사와 영상의학적 검사, 그러니까 쉬운 말로 피검사와 췌장 사진을 한번 찍어보는 검사를 권유드립니다.” 

거의 매일같이 외래에서 반복되는 대화. 오늘은 이 췌장암의 선별검사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선별검사(screening test)라는 말을 먼저 좀 아셔야할 것 같은데, 선별검사는 어떤 집단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에 있어서 정밀검사를 필요로 하는 요주의자(要注意者)를 가려내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특정 진단을 내린다기 보다는 ‘아, 이건 좀 이상한데?’ 하는 대상을 찾아내는 것이죠. 사실 선별검사의 기본 정의가 바로 ‘체로 친다’인 것입니다. 뭔가를 한번 걸러내는 것. 그렇다면 췌장암의 선별검사는 무엇일까요? 사실 췌장암은 다른 여타의 암과는 달리 선별검사가 좀 애매합니다. 왜 그런지 설명을 드릴게요. 

사진 : 게티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

선별검사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선별검사를 받은 그룹은 받지 않은 그룹보다 암의 조기진단율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생존율의 증가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암의 선별검사는 위내시경인데, 위내시경을 받은 그룹은 받지 않은 그룹보다 명확하게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습니다. 대장암에서 선별검사인 대장내시경이나 폐암에서의 그것인 저선량 흉부 CT(Low dose chest CT)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검사들은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으세요, 이런 식으로 의학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권고되고 있고, 많은 위암 환자들을 조기에 찾아내어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환자를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검사의 시행 간격은 암의 자라나는 속도와 관계가 있는데, 대장용종과 같이 대장암의 전암병변(precancerous lesion)이 없는 경우, 5년에서 10년 사이에 대장내시경을 받으라는 가이드라인은 선종이 진행하여 암으로 변하는데 7~8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에 기초합니다.

하지만 췌장암은 이렇게 '몇 년마다 무슨 검사를 받으면 생존율이 확실히 높아지더라' 하는 연구결과가 없어요. 워낙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죠. 이게 뭐냐면, 특정검사에서 분명 정상이었는데 수개월 사이에 갑자기 발견되기도 하고, 운 좋게 나름 조기에 찾았는데도 여러 이유로 수술이 안되거나(종양의 위치가 중요 혈관과 닿아있다던가) 수술 후 수개월 만에 바로 재발해버리는 극악의 예후를 가지고 있기에 선별검사가 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두 손 다 놓고 아 이건 안되는구나 하며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건강검진센터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에서 실제로 시행하는 검사는 바로 혈액검사로 종양표지자(tumor marker) 검사 중 하나인 CA 19-9(Carbohydrate antigen 19-9)와 영상의학적 검사인 복부초음파검사(Abdominal Ultrasound)입니다. 

복부초음파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먼저 CA 19-9에 대해 말씀드리면 이것은 처음에 대장암 진단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췌담도암에서 훨씬 민감도가 높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후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면서 여러가지 연구도 뒤따랐습니다. Goonetilleke와 Siriwardena에 의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췌장암 진단에 대한 CA 19-9 검사의 민감도는 79%, 특이도는 82%로 보고되었지요. 별 생각없이 숫자만 보면 와! 할만한 수치이지만 여기에는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약간은 어려울 수도 있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여기에 조금 긴 추가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 두가지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우리의 곱디 고운 머리속이 너무 복잡해질 테니, 이번에는 일단 뛰어넘어가도록 하고, 실제로 우리가 기대하는 80%쯤 병을 맞춰내는 검사란 의미는 아니라는 정도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도록 합니다. (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어떤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실제 질환이 있을 확률’을 ‘양성예측률(positive predictive value, PPV)’이라고 하는데, 그 질환이 실제 임상에서 췌장암처럼 드물게 발생한다면 이 양성예측률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검진센터나 의사선생님께서 “이 혈액검사를 통해 췌장암을 찾아낼 확률이 무려 80%나 된다”고 말씀하시면 아 이 분도 민감도 특이도 배우실 때 그다지 이해를 잘하신 건 아니구나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6만9,276명이라는 대규모의 검진환자들에게서 CA 19-9의 상승여부를 관찰한 연구결과가 이를 잘 입증하는데요. 7만명 가까운 검진자들 중 CA 19-9에 이상이 발견된 환자는 825명(1.3%)이었으며, 재검사를 했을 때는 501명(0.8%)만이 지속적으로 CA 19-9 수치가 상승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35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시행했고 결국 10명(2.8%)에서 악성 종양이 진단되었는데, 췌장암은 몇 명이었을까요? 고작(?) 4명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해석을 하자면 검진을 받았는데 CA 19-9 검사상 이상소견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췌장암일 확률은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이것이 바로 양성예측률). 

재밌게도 대만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CA 19-9가 기준치 이상 상승했을 때의 췌장암 양성예측률은 0.5%로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연구자들은 선별검사의 목적으로는 CA 19-9를 사용하는 것에 매우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좋은 결과는 좋은 대로, 나쁜 결과는 나쁜 대로 믿기 어렵고 괜한 공포나 근거 없는 안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자 그렇다면 이 CA 19-9는 진짜 무시해도 괜찮은 검사냐, 돈을 벌기 위해 검진센터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검사인데 끼워 넣은 거냐? 

솔직히 교과서적으로 보면 그렇고, 그 이후 반복되는 연구결과도 그러했기 때문에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러한 제 생각에 180도 바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원자력병원 양기영 과장
원자력병원 양기영 과장

원자력병원 양기영 소화기내과 과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동시에 경영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9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췌담도파트를 전문분야로 진료중이다. 현재 진료 외에 학회활동, 연구와 논문집필 및 전공의 교육 그리고 다수의 외부강연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진료-치료-예후)'를 통해 췌담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