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오인재 교수
김영철 교수 "리브리반트, 현재 국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표적치료제"
오인재 교수 "NGS 검사의 접근성 개선, 희귀 폐암 치료의 시급한 과제"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속속 규명되면서, 희귀 폐암의 조기 진단 및 표적치료제 개발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화학요법 외 치료법이 전무했던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같은 표적치료제가 허가되면서, 희귀 폐암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를 통한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리브리반트'와 같은 표적치료제들은 의료진 및 환자 사이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를 통한 희귀 폐암의 조기 진단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11월 '폐암 인식 증진의 달'을 맞아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와 오인재 교수를 만나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과 함께 희귀 폐암의 조기 진단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좌)와 오인재 교수(우)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좌)와 오인재 교수(우)

- 최근 신약 개발로 인해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폐암은 어떤 질환인가.

오인재 교수(이하 '오') :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 PCR 검사로는 과소 진단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는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만이 엑손 20 삽입 변이로 진단되지만, 서양에서는 약 1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의 분자생물학적 표준 진단법은 NGS 검사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NGS를 시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 파악은 쉽지 않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들은 통상적인 항암화학요법이나 EGFR TKI, 면역항암제 등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여전히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데, 1차 치료에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할 경우 약 30%의 치료반응률을 보이지만, 2차 치료에서는 반응률이 약 10%로 떨어진다.  

김영철 교수(이하 '김') : 때문에 당연하게도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들은 치료 예후가 일반적인 EGFR 변이 환자보다 좋지 않다. 일반적인 EGFR 변이 환자의 경우 리얼월드 생존기간이 26개월 정도 되지만,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는 약 16개월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됐지만, NCCN 등 해외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1차 표준 치료법 역시 아직까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다.

다만 최근 국내에도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의 2차 치료에 '리브리반트', '모보서티닙(상품명 엑스키비티)'과 같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허가되며, 표적치료가 가능해졌다. 개발된 이 표적치료제들은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효과가 좋은 편이다.

-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이 이토록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김 : EGFR 억제제를 개발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EGFR 변이의 다양한 특성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EGFR '엑손 19 결손' 및 '21 치환' 변이 말고는 그저 모두 비슷한 특성을 지닌 희귀 변이라고 여겼다. 실제 '아파티닙'은 다른 EGFR TKI와 비교해 이런 희귀 변이에서 그나마 효과가 있는 편이었는데,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에서는 그마저도 효과가 없어 그저 '저항성 변이'라고만 여기고 지냈다. 발생 빈도가 낮은 희귀 폐암인 만큼 연구자들의 관심이 낮았던 것도 치료제 개발이 늦어진 데 영향을 미쳤다.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

- 국내에도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두 가지 표적치료 옵션이 이제 막 허가를 받았다. 임상 현장에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를 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세워졌는지 궁금하다.

김 : 아직은 어떤 약제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두 가지 약제가 모두 처방이 가능해지면 고민을 할테지만, '모보서티닙'은 아직 시판 전이서 현재 시점에서 국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2차 표적치료제는 '리브리반트'가 유일하다. 또 현재 '리브리반트'가 전체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이나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등의 지표가 좀 더 높게 나오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약제를 쓴다고 가정하다면 두 약제 중 먼저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브리반트 허가에 기반이 된 CHRYSALIS 연구에 따르면, 리브리반트 단독요법군의 ORR은 40%로, 그 중 4%는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 36%는 부분반응(Partial Response, PR)을 달성했다.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DOR) 중앙값은 11.1개월이었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8.3개월이었다.

오 : 리브리반트가 EGFR과 MET에 동시 작용해 '모보서티닙'보다 반응률 등이나 좀 더 높게 나온 것 같다. 과거에도 EGFR을 타깃한 단일클론항체가 있었다. '세툭시맙'이라는 약제였는데, 폐암에서 효과는 지지부진한데 반해 피부 독성까지 심해 결국 상업화에 실패했다. 이후 개발된 EGFR TKI들이 워낙 반응률이나 효과 면에서 잘 나오다보니 개발을 중단한 것도 있다.

리브리반트는 폐암에서 정말 오랜 만에 개발된 단일클론항체다. 리브리반트와 같은 단일클론항체는 EGFR 신호전달의 상위 경로에 작용하는 약제로, 그보다 하위 경로에 작용하는 EGFR TKI를 사용해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리브리반트가 기존 3세대 EGFR TKI인 '오시머티닙' 내성 환자에서 연구되고 있는 게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 두 약제가 서로 다른 제제이다 보니 안전성 프로파일 면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김 : 약제 선택에 있어 안전성 프로파일을 살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환자 지원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을 통해 환자 6명에게 '리브리반트'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비급여 처방도 해본 바 있다. 일반적으로 리브리반트에 대해 전문의들은 주입 관련 반응(infusion-related reaction, IRR)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생각보다 IRR로 힘들어하는 환자는 많이 없었다. 다만 리브리반트가 단일클론항체이다보니 피부 발진과 같은 특유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는 했다.  

모보서티닙은 임상연구로만 경험해 봤는데, 설사 부작용이 심했다. 우리는 EGFR TKI 약제의 설사, 발진 등 부작용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보서티닙의 경우에는 기존의 EGFR TKI보다도 Grade 3의 설사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오 : 경구제라는 점에서 모보서티닙이 가진 장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예컨대, 1차 항암 치료 시 주사제에 대한 독성을 경험한 환자라면 이후 진행되는 치료에서 주사제를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개별 환자 사례에 따라 적정 옵션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하더라도 환자가 먼저 진단이 돼야 하지 않겠나. 국내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진단 환경은 어떠한가.

오 : 현재 NGS 검사 선별급여가 50% 정도 되고 있는데, 조금 더 비용을 낮춰서 환자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변이 진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와 같은 단일 유전자 검사(Single gene assay) 결과 음성이 나온 경우에는, NGS 검사를 아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단일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 엑손 19 결손 변이가 확인된 사람은 그에 맞춰 치료를 진행하면 된다. 이 경우 치료에 내성이 생겼을 때나 연구 목적으로 NGS 검사를 시행해 볼 수는 있지만, 실제 치료 진행은 단일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가능하다. 굳이 NGS 검사에 급여를 적용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는 단일유전자 검사로는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보다 정확한 NGS 검사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아직 NGS 검사를 처방하는 데에 있어 의료진과 환자에게 장벽이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70만~8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며 NGS 검사를 해야 한다면 고민이 되지 않겠나. 

NGS 검사에는 비용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결과가 나오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NGS 검사의 경우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증상이 없는 경증의 환자라면 NGS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겠지만, 증상이 있는 중증 환자에게 치료 없이 NGS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처음 진단 시 NGS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무조건 답이 될 수는 없다. 결국 PCR 검사를 통해 결과를 빠르게 알 수 있는 환자에서는 먼저 치료를 진행하고, 만약 변이에 대해 음성이 나왔다면 우선 1차 치료를 진행하면서 NGS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급여를 확대하는 등 2차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김 : 공감한다. PCR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빠르면 1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변이에 대해 PCR 검사를 의뢰하고, 그 뒤에 NGS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온코마인(Oncomine ODxTT) NGS 검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검사법은 희귀 변이를 비롯한 모든 변이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지만, 빈도가 높은 주요 변이를 중심으로 NGS 검사가 가능하며 결과도 1~2주 내로 나온다. 우리나라도 일부 병원에서 해당 검사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리브리반트'의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를 받았음에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암질환심의위원회의에서 급여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오 : 3상 임상시험 결과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급여 심사에서 확실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있으면, 급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환자 수가 적은 희귀암의 경우 대규모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2상 임상시험 결과가 잘 나오면 임시 승인을 해주고, 추후 확증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 정규 승인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의 경우 여전히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표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진료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효과적인 약제가 허가는 됐지만 비급여 상태이니,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고 폐암을 치료하는 전문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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